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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라면 이야기: 라면을 Ramyeon 이라 쓰는 사람의 음식 기억 — 서울과 뉴욕 사이의 밥상

0. 라면 이야기: 라면을 Ramyeon 이라 쓰는 사람의 음식 기억 — 서울과 뉴욕 사이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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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종종 냄새로 먼저 돌아온다. 라면 국물, 김밥의 참기름, 도시락에서 새어 나온 김치
국물, 겨울 리어카의 호떡 냄새가 한 시절을 통째로 불러온다.

『라면 이야기』는 음식의 기원을 설명하는 백과사전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시대를
음식으로 되짚는 기억의 기록이다. 1970년대 초 서울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1980년대에
직장생활을 하다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에 정착한 저자에게, 라면과 짜장면과
김밥은 늘 고국의 시간과 사람을 불러오는 음식이었다.

책은 네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라면이다. 중학교 교문 앞 라면집의 달걀 하나
들어간 한 그릇, 스토니브룩 기숙사의 밤, 지하실 작업실의 컵라면 — 시대와 장소는 달라도
라면은 한결같이 뜨거운 국물 한 그릇으로 저자를 달래 주었다. 여기에 10원짜리 삼양라면에서
오늘의 K-라면에 이르는 내력과, 큰아버지·아버지의 삼양식품 인연, 그리고 우지 파동의
사실과 개인의 기억을 함께 담았다.

제2부는 학교 가는 길과 골목에서 만난 음식이다. 짜장면, 김밥, 교실 난로 위에 포개 놓았던
양은 도시락, 떡볶이와 순대, 겨울 거리의 붕어빵과 호떡. 제3부는 가족의 식탁이다. 어머니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 냉면과 설렁탕, 특별한 날의 갈비와 전기구이 통닭, 그리고 명동 태극당
앞을 지나며 떠올린 빵의 기억. 제4부는 직장 회식의 삼겹살에서 시작해, 미국에서 다시 만난
한국 음식과 뉴욕의 식당과 사람들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은 저자가 2004년부터 십여 년 동안 개인 웹사이트 ramyeon.com에 모아 온 라면
스크랩북 이야기다. 책 끝의 부록에는 세계 라면 소비량, 한국의 1인당 소비량, 라면 수출액
같은 자료를 표와 도표로 정리해, 개인의 기억을 조금 더 넓은 자리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

각 장 끝에는 금색 선이 그어진 짧은 글이 하나씩 붙어 있다. 저자의 글이 아니므로 본문과
구별해 두었고, 다른 눈으로 본 한 사람의 독후감이라 여기고 읽으면 좋다.

라면 한 봉지에는 한 사람의 시간과 한 나라의 시간이 함께 들어 있다. 그 시절을 지나온
이에게는 잊고 있던 장면을,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이에게는 부모 세대의 밥상을 건네는 책이다.

*저자 육헌(Heon Yook)은 서울에서 나고 자라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팅 분야에서 일했다.
『서울에서 실리콘까지: 컴퓨팅과 함께한 인생』, 『짜장면을 짜장면이라 부르지 못하고』,
『그들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비발디에서 푸치니까지』를 썼다. 이 책은 그의 네 번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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